엑셀 일에는 모양을 맞추는 일과 숫자를 계산하는 일이 섞여 있어요. 매크로는 양식이 바뀌면 멈추고, GPT는 숫자를 그럴듯하게 틀려요. 막히는 자리는 대부분 한 도구로 둘 다 하려 할 때예요. 모양은 AI가, 계산은 수식이, 마지막 확인은 사람이 하게 나누면 풀려요.
"세 분이 지금 8시간 꼬박"
한 부품 제조사와 첫 미팅을 했어요. 완성차 협력사에 사출 부품을 넣는 곳이에요. 담당자분이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세 분이 지금 8시간 꼬박 일하는 작업이라 말씀드렸는데, 매일 이것만 하고 있다 보니까 업무 효율도 안 나오고 퇴근 시간도 항상 늦어지고."
거래처에서 생산계획 파일이 와요. 그걸 엑셀로 풀어서 우리 회사 계획표에 옮기고, 부품별로 쪼개고, 외주처마다 발주서를 따로 만들어요. 세 사람이 하루 종일 이것만 했어요. 첫 미팅에서는 이런 말도 하셨어요.
"정말 힘들기도 하고 사실 거의 포기 직전까지 갔다가 요즘 또 AI가 뜨니까."
저도 이 마음을 알아요. 예전 회사에서 10년 동안 매주 시스템에서 자료를 내려받아 엑셀로 보고서를 만들었거든요. 엑셀 일은 끝나지 않아요. 다음 주에 또 와요.
매크로가 막히는 자리 — 양식이 바뀌면 멈춰요
매크로와 수식은 정해진 자리에서 정해진 값을 가져와요. 양식이 늘 같으면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해요.
문제는 양식이 안 같을 때예요. 이 회사는 거래처마다 생산계획 파일 양식이 달랐어요. 게다가 코드가 자주 바뀌었어요.
"코드라는 게 매번 달라집니다. 새로운 차종이 생기거나 새로운 제품이 생기거나 새로운 컬러가 생기면 그거에 따라서 계속 바뀌는데, 자동으로 업데이트를 할 수 없다 보니까 엑셀로 항상 저희가 직접 다 풀거든요."
이런 일에 매크로를 걸면 모르는 코드를 만나는 순간 멈춰요. 칸 하나만 밀려도 엉뚱한 값을 가져와요. 이 회사는 새 코드가 나올 때마다 사람이 거래처에 물어보고, 코드표 엑셀을 손으로 고쳤어요.
엑셀 자체도 정리된 모양이 아니었어요.
"엑셀 자료 자체가 정리가 되어 있는 게 아니라 실무진에 맞춰서 그냥 자기네가 보기 편하게 맞춰져 있기 때문에."
사람에게는 편한 엑셀이에요. 그런데 매크로에게는 읽을 수 없는 엑셀이에요.
GPT가 막히는 자리 — 숫자를 그럴듯하게 틀려요
그럼 GPT에 파일을 통째로 올리면 될까요? 양식이 제각각인 건 GPT가 잘 읽어요. 코드와 차종, 색상, 수량, 날짜를 찾아서 우리 양식으로 옮기는 일은 AI가 강해요.
그런데 계산에서 문제가 생겼어요. 검증해보는 단계에서 한 차종의 수량이 크게 어긋나게 나온 적이 있었어요. 틀린 줄 모르고 그대로 발주서가 나갔다면, 부품이 남거나 모자랄 수 있었어요.
AI는 그럴듯한 답을 만드는 데 강해요. 매번 똑같이 정확한 숫자를 내는 도구는 아니에요. 그리고 틀릴 때도 맞는 것처럼 보여요. 수량, 날짜, 금액처럼 정답이 하나인 일에서 이게 가장 위험해요.
그래서 이렇게 나눴어요
| 일의 종류 | 맡긴 곳 | 이 회사에서 |
|---|---|---|
| 정해진 규칙으로 옮기기 | 수식 | 계획표 양식 맞추기, 정답 파일과 100% 일치 |
| 제각각인 파일·코드 읽고 맞추기 | AI | 새 코드는 사양서를 읽어 부품 구성표로 전개, 일부 차종 11개 기준 95.5% 일치 |
| 수량·날짜 계산 | 수식 | 어긋났던 계산을 AI 판단에서 빼서 수식으로 |
| 최종 수량·날짜 확인 | 사람 | 담당자가 결과만 확인 |
AI는 앞에서 모양을 맞추고, 수식은 뒤에서 숫자를 계산해요. 사람은 마지막에 확인만 해요. 매크로가 멈추던 곳은 AI가, AI가 틀리던 곳은 수식이 맡은 거예요.
생산관리팀은 거래처 계획을 넣으면 우리 계획표, 부품 전개, 외주처별 발주서, 설비별 생산계획이 한 번에 나오는 걸 확인했어요. 세 사람이 하루 8시간씩 풀던 일이에요.
쓰던 엑셀 양식은 그대로예요. 결과물이 원래 보던 그 모양으로 나와요. 담당자가 새 프로그램을 배우거나 다른 일을 더 하지 않아도 되게 하는 게 먼저였어요.
오늘 해볼 것 — 칸마다 표시하기
지금 매일 손으로 채우는 엑셀 하나를 여세요. 채우는 칸마다 셋 중 하나로 표시해 보세요.
- 모양: 다른 파일에서 찾아 옮기는 칸. 양식이 제각각이면 AI 몫이에요.
- 계산: 다른 칸으로 계산되는 칸. 수식 몫이에요. 이미 수식이 걸려 있을 수도 있어요.
- 판단: 사람이 보고 정하는 칸. 틀리면 돈이 나가는 칸이에요. 사람 몫으로 남겨요.
"모양"이 많은데 매크로로 하다 막혔다면, 그 칸들부터 AI에 맡길 자리예요. "계산"을 GPT에 맡기고 있었다면, 그 칸부터 수식으로 돌려놓으세요.
어떤 일에 AI 대신 코드가 맞는지는 AI 자동화, 모든 일에 AI가 답일까요?에, 엑셀을 내려받은 다음 벌어지는 일은 ERP를 써도 '엑셀로 내보내기' 버튼은 왜 30년째 사라지지 않을까요?에 적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