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T로 만든 AI 비서는 대표님 한 사람의 일에서는 잘 돌아가요. 회사 일로 넓히려는 순간 멈춰요. 자료를 사람이 옮겨 넣어야 하고, 한 사람 계정에 묶이고, 틀린 답을 당연하다는 듯 말하기 때문이에요. 비서를 잘못 만든 게 아니에요. 비서가 할 일과 회사가 필요한 일이 다른 거예요.
"GPT로 제가 상담일지 비서를 만들었어요"
한 교육·컨설팅 회사 대표님과 첫 미팅을 했어요. 컨설턴트가 보고서를 어떻게 만드는지 여쭤봤더니 이렇게 답하셨어요.
"GPT로 제가 만들어 가지고 상담일지 비서라는 걸 만들었어요."
상담을 녹음해서 글로 풀고, 그걸 GPT에 붙여넣어요. 그러면 비서가 보고서 모양으로 정리해줘요. 코드 한 줄 없이 직접 만드신 거였어요. 자동화 도구도 이미 쓰고 계셨고, 앱 안에 문서를 넣어 답하는 AI도 만들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날 대표님이 스스로 한계를 짚으셨어요.
"그냥 여기에 내가 가지고 있는 문서들을 그냥 토해내는 친구만 있다면 (중략) 이 대화 내역을 다 기억하지 못하는 AI 챗봇이면 이 친구랑 다를 게 없다고 저는 이제 느껴지는 거죠."
직접 만들어본 사람만 할 수 있는 말이에요. 만들어봤기 때문에 어디서 멈추는지 정확히 아셨어요.
저도 만들었고, 대부분 껐어요
저도 같은 길을 걸었어요. 코드를 모르는 채로 AI 팀원을 9개까지 만들었어요. 상담, 콘텐츠 기획, 리드 분류, 일정 관리까지요. 제 일에서는 잘 돌았어요.
그런데 9개가 되니 고칠 곳도 9개였어요. 결국 6개를 껐어요. 이 경험으로 알게 된 게 있어요. 혼자 쓰는 비서와 회사가 쓰는 AI는 멈추는 자리가 달라요.
회사 일에서 멈추는 네 자리
1. 자료를 사람이 옮겨 넣어야 해요
상담일지 비서도 녹음 파일을 글로 풀고, 복사하고, 붙여넣는 건 사람이 했어요. 비서가 일하려면 누군가 자료를 떠먹여줘야 해요.
대표님 혼자 하루 몇 건이면 괜찮아요. 그런데 회사 일은 하루 수십, 수백 건이에요. 고객 문의에 답하려면 재고 엑셀을 봐야 하고, 주문 상태를 확인하려면 쇼핑몰에 들어가야 해요. 그걸 매번 사람이 복사해서 넣으면, 비서가 일을 줄이는 게 아니라 사람이 비서의 손이 돼요.
회사 AI는 자료가 있는 곳에 직접 붙어야 해요. 한 제조·유통사는 재고 엑셀과 쇼핑몰을 AI 팀원에게 직접 연결했어요. 그래서 재고 문의 95.7%가 사람 손을 안 거치고 끝났어요. 사람이 옮겨 넣는 단계가 없어졌기 때문이에요.
2. 한 사람 계정에 묶여요
한 디자인팀과 미팅했을 때 이런 말을 들었어요.
"GPT, 클로드, 제미나이 이렇게 각자 쓰는 게 좀 다 달라요."
팀원마다 다른 도구에, 다른 방식으로 비서를 쓰고 있었어요. 각자는 편해요. 그런데 회사에는 아무것도 쌓이지 않아요. 누가 어떤 지시문으로 어떤 답을 받았는지 아무도 몰라요. 그 사람이 휴가를 가면 그 일은 멈추고, 그만두면 비서도 같이 나가요.
회사 AI는 사람이 아니라 일에 붙어야 해요. 누가 쓰든 같은 방식으로 돌고, 한 사람이 빠져도 계속 돌아야 해요.
3. 틀린 답을 당연하다는 듯 말해요
다른 회사와 미팅했을 때는 이런 말도 들었어요.
"잘못된 정보도 굉장히 얘네들이 아주 그냥 당연하다는 듯이 이렇게 맞는 정보처럼 얘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쓸 때는 괜찮아요. 틀린 걸 내가 알아보고 고치면 되니까요. 그런데 고객에게 나가는 답이면 달라요. 틀린 배송일, 틀린 가격, 틀린 환불 기준이 고객에게 그대로 나가요. 한 번 그러면 아무도 그 AI를 안 믿어요.
회사 AI에는 모를 때 멈추고 사람에게 넘기는 자리가 있어야 해요. 어떤 문의는 AI가 끝내고, 어떤 문의는 사람에게 넘길지 처음부터 정해둬요. 이 경계를 긋는 법은 AI 챗봇에 어디까지 맡겨야 할까요?에 적었어요.
4. 기록이 남지 않아요
상담일지 비서로 만든 보고서는 대화창 안에 있어요. 지난달 어떤 상담이 몇 건이었는지, 어떤 질문이 가장 많았는지는 남지 않아요.
같은 교육·컨설팅 회사는 나중에 상담 창구를 옮기면서 쌓인 상담 기록이 사라질 뻔했어요. 220만 건이었어요. 그래서 자동화보다 기록을 지키는 걸 먼저 했어요. 회사에 AI를 들인다는 건 일을 대신 시키는 것만이 아니라, 그 일의 기록이 회사에 남게 하는 것이기도 해요.
GPT 비서로 충분한 일, 회사 AI가 필요한 일
| GPT 비서로 충분해요 | 회사 AI가 필요해요 | |
|---|---|---|
| 누가 쓰나 | 나 혼자 | 직원 여럿, 또는 고객 |
| 자료는 | 내가 붙여넣으면 끝 | 쇼핑몰·엑셀·상담 기록에서 매번 찾아야 함 |
| 하루에 | 몇 건 | 수십 건 이상 |
| 틀리면 | 내가 알아보고 고침 | 고객에게 그대로 나감 |
| 사람이 빠지면 | 내 일이 잠깐 멈춤 | 회사 일이 멈춤 |
왼쪽이면 지금 만든 비서를 계속 쓰세요. 그게 가장 빠르고 싸요. 오른쪽에 하나라도 걸리면, 그 일 하나만 회사 AI로 옮길 때예요.
만든 비서는 버리지 마세요
직접 만든 비서는 가장 좋은 설계도예요. 어떤 자료를 넣고, 어떤 순서로 묻고, 어떤 모양으로 받는지가 이미 다 들어 있어요. 그 교육·컨설팅 회사 대표님도 첫 미팅에서 이미 단계를 그려두고 계셨어요. 녹음 정리부터 자동화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마지막에 회사만의 상담 AI를 두는 그림이었어요.
첫 미팅에서 대표님이 만든 비서를 같이 열어봐요. 그중 회사 일로 옮길 한 자리를 골라요. 나머지는 대표님 비서로 그대로 두시면 돼요.
직접 만든 자동화가 운영에서 깨지는 다섯 자리는 바이브코딩·클로드 코드로 회사 일을 직접 만들었는데, 왜 운영에서 깨질까요?에 더 자세히 적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