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사례5분 읽기

제안서를 접었습니다 — '이거 매일 시키면 사람 죽어요'

정해성 (Jason)

기업의 AI 자동화를 컨설팅하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씁니다. 첫 이야기는 제가 제안서를 접은 이야기입니다.

ERP가 있는데 재고를 모른다

얼마 전 한 화장품 공장에 다녀왔습니다. ERP가 있는 회사였어요. 그런데 재고 실사는 3개월에 한 번, 분기마다 전산 숫자를 실물에 맞춰 조정하고 있었습니다.

3개월 사이의 재고 데이터는, 없는 겁니다.

저는 책상으로 돌아와 제안서를 준비했습니다. "재고조사를 왜 3개월에 한 번만 해요? AI로 실시간 재고관리 하면 되잖아요."

"이거 매일 시키면 사람 죽어요"

현장 실무진의 답이 이 한마디였습니다.

이 공장에서 원료 무게는 사람이 저울로 직접 잽니다. 측정 자체가 사람 손인 구조에서 AI로 실사 빈도만 늘리면, 그건 자동화가 아니라 업무 추가입니다. 직원 입장에선 3개월에 한 번 하던 고된 일을 매일 하라는 얘기가 되는 거죠.

맞는 말이었어요. 그래서 그 제안, 접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할 수 있는 것들만 다시 발라내서 제안했습니다.

책상에서 만든 제안서가 현장 한마디에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AI 자동화는 매출을 못 올립니다

이 이야기를 Threads에 올렸더니 가장 공감을 받은 댓글이 이거였습니다. 현장은 "바쁜데 그거 왜 해요? 지금도 잘하는데"라고 하고, 윗선은 "그 데이터 얻으면 실제로 매출 개선이 되는 거예요?"라고 묻는다는 겁니다. 컨설턴트는 그 사이에 낍니다.

솔직하게 답하면 이렇습니다. AI 자동화가 매출 개선에 직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신 확실한 게 하나 있습니다. 직원들의 반복되고 귀찮은 일을 줄여주면, 남는 시간에 더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생깁니다. 그 시간이 기업 매출과 생산성에 도움이 되는 선순환을 만듭니다.

💡

저는 자동화를 설계할 때 직원들이 하고 있는 업무를 최대한 건드리지 않습니다. 그 중간중간의 진짜 누수, 진짜 불필요한 일들을 줄이는 것 — 그게 자동화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직원의 일을 대체하겠다고 들어간 자동화는 조용히 묻힙니다. "이거 들어오면 내 일은 어떻게 되지?"라는 질문에 답을 못 주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질문에 답하는 것부터가 컨설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AI는 어디에 붙여야 할까

한 회사에서는 문의의 95%를 AI가 처리하고, 사람은 사람만 할 수 있는 판단에 집중하도록 나눴습니다. AI가 잘하는 일과 사람이 잘하는 일을 나누는 기준은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이 글은 제 뉴스레터에 실었던 글을 다듬은 것입니다. 이런 현장 이야기를 메일로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우리 회사도 비슷한데" 싶으시면 상담 신청으로 알려주셔도 됩니다.

#AI 자동화#재고관리#ERP#제조업#AX 컨설팅

정해성 (Jason Jeong) · 스냅플러그 대표

코드 한 줄 모르던 비개발자로 시작해 지금은 중소기업·1인 기업의 AI 자동화를 직접 구축합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는 비개발자의 AI 자동화 도전기에 적었고, 실제로 만든 것들은 도입 사례에 계약 기록 기준으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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